[에세이]사유서 7. 복싱으로 다이어트하며 느낀 점

정소장

다이어트엔 복싱이 최고였다. 관장님이 무서웠다. 주먹으로 맞을까 봐 열심히 했다. 1년 넘게 하다 보니 복싱의 매력에 KO 되어 버렸다. 시간당 700kcal를 소모해 다이어트에 효과적인 것도 있지만, `사각 링`이 주는 매력이 좋았다. 링은 합법적으로 상대의 꿈을 짓밟을 수 있는 공간이다. 빈틈을 찾아 주먹을 날린다. 공격이 성공하면 끝이 아니다. 휘청거리는 상대를 향해 무자비한 폭격을 가한다. 맞은 자는 쓰러지고 때린 자는 주먹을 번쩍 들고 표효한다. 

복싱이 여기 까지라면 매력이 없다. 피 터지게 치고받던 둘은 경기가 끝나면 서로 부둥켜안고 어깨를 토닥인다. 방금 전까지 죽일 듯 달려들었던 그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퉁퉁 부은 얼굴로 축하와 위로를 건넨다. 일정 시간,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만 치열하다. 경기가 끝나고 집 가는 길에 뒤통수를 갈기는 일도 없고, 종이 울리고 나서 계속 치고받는 경우도 없다.

우리가 일하는 ‘직장’도 사각 링 못지않게 거칠고 잔인하다. 꿈을 짓밟는 말과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직장’에서 만난 사람은 링 밖에서도 주먹을 휘두르기도 한다. 퇴근 후, 주말 할 것 없이 쨉과 훅 때론 카운터 펀치가 날아와 꽂힌다. 9시부터 6시까지 링 위에 서기로 했지만, 종료를 알리는 종이 울려도 내려갈 생각을 안 한다. 연장전은 규정에 없는데 끝나지 않는다. 

사람들이 복싱의 매력을 몰라서 벌어진 일인 것 같다. 매력을 알려주는 방법은 한 명씩 사각 링으로 부르는 수밖에 없나 보다. “자~ 가드 올리시고, 턱 당기세요. BOX~”


정소장님의 브런치에 기고된 글을 플레이콕이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