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3년간 실천해 본 아침 요가 요가를 하는 동안은 작은 매트 하나만이 온전한 내 세계였다.

김희라


처음 요가를 시작했던 건 2017년 봄이었다. 졸업 작품과 취업 준비를 앞두고 몸과 마음을 다잡을만한 뭔가가 필요했고, 그렇게 찾게 된 게 요가였다. 


별 욕심 없이 일주일에 세 번 정도 꾸준히 수업에 나갔다. 처음 한 달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동작을 따라 하는 수준이었고, 그다음 한 달은 조금씩 요가 선생님의 동작 설명이 귀에 들어왔다. 그렇게 세 달 정도를 계속하다 보니, 복잡한 생각이 요가를 하는 그 순간만큼은 간단하게 정리되었다. 졸업 작품 준비와 취업 준비로 불안해질 대로 불안해진 마음도 조금씩 달래주는 느낌이 들었다. 그때부터 요가의 매력을 조금씩 깨달았다.


3개월 주 3회에서 매일 수업을 듣는 거로 주기를 바꿔보았다. 매일 일정한 시각에 어떤 행위를 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기에 3개월 내내 매일 요가를 하기도 쉽지 않았다. 음...몇 배는 어려웠다. 특히, 이상하게 잡생각이 많은 날에는 동작을 하는 게 훨씬 어려웠다. 그냥 몸만 따라 하는 게 여기엔 아무 의미가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도 요가를 하고 난 후에 느끼는 몸과 정신의 개운함은 늘 좋았다. 오늘 하루도 조금은 힘들고 또 좌절스러운 순간도 있었지만, 그런 감정은 훌훌 털어버리고 바로 지금 이  순간부터 또 다른 색으로 물든 하루를 만들 수 있겠다, 라는 다짐이 들었다.


그렇게 1년이 지났고, 매 순간 나를 괴롭히던 졸업 작품 준비와 취업 준비도 얼추 끝이 나서, 서울에서 본격적으로 회사 생활을 시작했다. 정규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 해 인턴 생활만 몇 번째 반복했던 해였는데, 그 때도 역시나 불안한 나의 정신을 다잡아줄 뭔가가 필요했다. 역시나, 떠오르는 건 요가. 하지만, 이번에는 하루가 저물어가는 시간이 아닌 하루를 시작하는 새벽에 요가를 통해 마음을 깨끗하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스쳤다. 


그렇게 매일 아침 요가 수련을 하게 되었다. 


아침 기상 시간은 새벽 5시 반, 처음엔 쉽지 않았지만 일단 일어나고 요가 수업을 듣고 나면 어쩐지 오늘 이 하루는 온전히 나를 위해 쓰여질 것만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뻐근해진 몸을 풀고 흠뻑 땀을 흘리고 나면 정신이 맑아졌다. 허겁지겁 일어나서 회사에 달려가는 게 아니라, 내 의지로 눈을 뜨고 내가 계획해 둔 일정들을 소화하고 회사에 가면 좀 더 주체적인 사람이 된 듯 했다. 회사에 끌려다니는 게 아니라, 그냥 내가 정해둔 일정 중에 회사가 포함되어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오래 할 수 있을까..라고 반신반의했던 요가가 이제는 내 일상에서 빠져서는 안 될 중요한 아침 루틴이 되었다. 시간을 내어 요가 이론이 담긴 책을 읽고 영상을 본다. 좋아하는 운동이 하나 생겼다는 성취감도 크지만 일 이외에도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알아가는 재미가 내 일상 속에 끼어들어서 기쁜 마음이 더욱 크다.


요가를 하며 느꼈던 또 하나는 세상에는 내 힘으로 안 되는 일이 참 많다는 것이다. 허리를 쭉 펴고 다리를 잡아 당기는 간단한 동작 조차도 내 맘대로 안 될 때가 많다. 눈으로 보고 있으면 쉬워 보이는 동작도 막상 따라하면 반에 반도 따라하지 못한다. 내 몸 하나도 내 뜻대로 못 하는데,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일들이 세상에 얼마나 많을 지..이게 꽤 위안이 된다. 


요가를 하는 시간에는 작은 매트 하나만이 온전한 내 세계이다. 이 작은 매트 안에서 감정과 생각의 시작과 끝을 모두 경험한다. 그 안에서 땀도 흘리고, 마음이 힘든 날엔 이유 없이 눈물도 쏟았다. 기분 좋은 일이 있었던 날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흘러 나왔고, 속상한 날엔 한숨도 푹푹 내쉬었다. 1시간 남짓한 시간에 온갖 감정을 그 매트 안에 전부 쏟아내고 들여다보고 차곡차곡 다시 정리해서 묶어 두었다. 


매일 아침 요가를 했다고 해서 살이 놀랄만큼 빠졌다거나 눈에 보이는 몸이 훨씬 예뻐진 건 전혀 아니지만, 마음이 한결 단단해졌다는 건 장담할 수 있다. 그리고 매일 아침 몸을 움직이는 성실함은 일상의 루틴을 부지런히 실천하게 해 주었고,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 우선 나부터, 나의 이 작은 발걸음부터 한 발짝 내디뎌야 가능하다는 걸 깨닫게 해 주었다. 


심란한 날에는 더더욱 요가에 집중했다.


아, 그리고 손과 발이 자주 저리던 증상이 말끔히 사라졌고 아침에 눈을 뜨는 게 조금은 쉬워졌다. 몸도 확실히 건강해졌다는 확신이 들었다. 예전에는 계단 몇 걸음만 올라가도 숨이 찼는데, 지금은 훨씬 가뿐해졌고 몸의 부종이 확실히 사라졌다.


나의 요가 생활은 앞으로도 계속 지속할 듯하다. 우선, 매일 열심히 수련하고 기회가 닿는다면 다른 나라에서도 요가를 해 보고 싶다. 그리고 좀 더 나아간다면 나도 누군가에게 요가의 참맛을 전달해줄 수 있는 일을 해 보고 싶기도 하다. 3년 동안 뭔가를 꾸준히 실천해본 경험 또한 선사하는 바가 많다는 것도 내가 요가를 통해 얻은 것이기도 하고... 


요가의 매력은 정말 무궁무진하다.


김희라님의 브런치에 기고된 글을 플레이콕이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