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책으로 운동을 배운다고? 도서「맨몸의 전사」

박준희

어떤 책은 읽었다고 해서 끝나지 않는다. 재독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시중에 나와있는 독서법에 관한 책에서 흔히 볼 수 있듯이, 재독 자체야 몹시 훌륭한 일이며 권장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책의 내용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일은 재독을 하더라도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으며, 전연 별개의 일인지도 모른다.


한 번 혹은 두 번, 그 이상 읽는 것으로 책 속의 '지식'은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일상에 적용하는 것은 지식을 축적하는 일과는 조금 다르다. 가령 운동에 관한 책을 수십수백 권을 읽는다 한들, 직접 운동을 하지 않는다면 책을 통해 얻은 지식은 그저 장식에 불과할 뿐 아무짝에도 쓸모없을 것이다.


삶 속에서 책의 내용을 지속적으로 실천해보며, 이를 하나의 지침으로 추구하는 것. 어쩌면 '독서'라는 건 흔히 떠올리듯 '수동적인 학습'이 아니라 '능동적인 실천'에 가까운 행위가 아닐까? 이 글에서 다루게 될 책 <맨몸의 전사>도 그러한 태도를 요구하고 있다.




운동과 책, 두 가지를 머릿속에 연상해보면 그다지 어울리는 한쌍으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운동을 책으로 배운다니, 연애를 글로 배웠다는 말하고 뭐가 다른가 싶다. 그러나 <맨몸의 전사>에 따르면 힘은 기술이고, 책에서 기술을 익힌다는 건 전연 이상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책에서 배운 지식을 실제 운동에 적극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


저자의 이력도 '기술을 주입하는' 일에 최적화되어있다. 저자 파벨 차졸린(Pavel Tsatsouline)은 러시아군의 교관이었다는 화려한 이력과 더불어 미국 피트니스계에 케틀벨 열풍을 몰고 온 주역이기도 하다. 다소 과격하기까지한 발언도 있지만, 그는 운동에 필요한 것은 올바르게 힘을 쓰는 기술과 적절한 연습 뿐이라 말한다. 전직 군인답다.


때때로 너무 마초적이며 어떤 면에서는 단호한데다 시대착오적인 발언까지 보인다. 러시아인에 대한 편견이 없었던 이라도, 과연 러시아 사람은 이럴 것 같다는 인상을 받을지도 모른다. 번역자의 능력이 탁월해서 파벨의 주장과 메시지가 잘 반영되었다는 방증일까? 


그렇다고 파벨의 훈련은 성별을 가리지 않는다. 오히려 독자의 성별이 어떻든 그가 제시하는 훈련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의지만 있다면 아무런 상관이 없다. 중요한 건 실천하느냐 마느냐다. 힘을 기르는 데에 성별이 도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맨몸의 전사>는 총 8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으며, 1장부터 4장까지는 힘을 폭발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방법들과, 이를 뒷받침하는 이론으로 구성되어 있다. 5장에서는 훈련 방법으로써 GTG를 소개하고 있으며, 6장과 7장에서는 GTG에 포함되는 두 가지 운동, 한 발 스쿼트(피스톨)과 한팔 팔굽혀펴기를 다룬다. 8장은 Q&A로 되어 있어 여러 의문에 대해 답하고 있다. 


파벨의 방법론이 운동에 있어서 '최선'이거나 '정답'은 아닐 수 있다. 그럼에도 따라해보고 싶을 만큼 파벨의 방법론은 굉장히 매력적이다. 파벨에 따르면 운동에는 기술이 필요하다. 올바른 기술이 전제되어있다면 힘은 따르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맨몸의 전사>는 이론을 제시하고 있지만, 동시에 몇 가지 실천적이고 압축적인 방법론을 제시한다. 책을 읽을 것도 없다. 다음만 기억하면 된다. 너무 많은 운동을 할 필요가 없으며, 부하가 가해지는 신체부위가 전혀 다른 2가지 운동을 병행하면 된다. 바로 GTG(Grease The Groove)다.


GTG를 다루는 파트를 읽고 있자면, 그동안 운동하면 떠오르던 상식과 전면으로 배치되어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한계까지 밀어붙일 필요도 없으며, 적은 횟수로 자주 반복하고, 심지어는 고작해야 두 종류의 운동만 가지고도 탁월한 성과를 낼 수 있다니. 믿기지 않는다. 





물론 그가 제시하는 2개의 운동이 한 발 팔굽혀펴기와, 한 발 스쿼트(피스톨)이기에 곧장 실천하기에는 어렵다. 더욱이 파벨이 소개하는 힘에 관한 기술은 운동에 익숙하지 않거나, 힘의 사용법을 모르는 이들에게는 뜬구름 잡는 소리에 불과하다.


코크스크류를 이용하라거나, 호흡의 힘을 이용하라거나, 복부에 강한 긴장을 주라거나, 케겔 운동을 하듯이 엉덩이를 조이라는 등. 운동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라면 대체 이것들이 힘을 주는 일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의문부터 들 것이다. 걸음마를 막 뗀 아기에게 뛰라고 하는 격이다.


그럼에도 운동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보다 능숙하게 힘을 쓰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이보다 더 적실한 조언도 없으리라. 책을 읽으면서 기술을 익히고 실제 운동에 반영하여 결과로 이어진다면 그보다 기쁜 일은 없을 것이다. <맨몸의 전사>는 읽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수행해야하는 책이다.


나아가 파벨의 운동 방법론 GTG를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묘기의 영역이라 여겨지는 한 팔 팔굽혀펴기와 한 발 스쿼트(피스톨)을 통해서 실질적으로 힘을 활용하는 일은 상상만 해도 짜릿하다(적어도 필자에게는 그렇다.)




파벨에 따르면 이와 같은 힘을 기르기 위해서는 바벨이나 덤벨 등 자질구레한 도구도 필요 없다. 그저 우리의 몸만 있으면 충분하다. 맨몸으로는 부하가 부족하다면 자세를 바꾸거나, 한 팔이나 한 다리를 띄우고 더 강한 자극을 주면 된다. 필요한 것은 꾸준히 운동을 수행하려는 의지와 강해지고자 하는 마음이다.


실패 지점까지 가라거나, 몸이 피로해지는 순간까지 갈 필요도 없다. 파벨은 잘 알려진 헬스 방법론과도 선을 긋는다. 적절한 횟수로 최대한 자주 반복할 것. 점점 더 자극을 늘려나갈 것. 실로 단순명쾌한 방법론에 감탄마저 나온다.


지금까지의 운동 방법에 무감각해졌거나, 뭔가 색다른 것을 시도하고 싶은 이들이나 효과적인 맨몸운동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는 적극 추천한다. 요즘은 운동을 배우는 것도 유튜브가 훨씬 유용할지 모르나, 이런 책이 한 권 있는 것도 괜찮은 일 아닐까?



박준희님의 브런치에 기고된 글을 플레이콕이 한 번 더 소개합니다.

박준희

키워드로는 도저히 담지 못한 다양한 이야기를, 이런저런 글을 통해 풀어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