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배영을 하며 레인을 이탈하지 않는 방법

우비

수영장에 다니기 시작한 지 이 개월이 되어갈 무렵이었다. 이날부터는 배영을 연습해보기로 했다. 먼저 물속이 아닌 수영장 한 편의 바닥에 누워 팔을 젓는 방법을 배웠다. 팔을 돌리는 게 아니라 어깨를 돌리는 것이 포인트라고 했다. 손 끝이 콧날을 지나는 지점에서 정수리 위로 뻗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수영강사의 호루라기 소리에 맞춰 열심히 어깨를 돌리고 손 끝 뻗는 연습을 했다.

배영은 얼굴이 물 밖에 있으니 숨 쉬기가 편했다. 자유형을 배우며 ‘음파 음파’ 구령에 맞춰 숨을 쉬려 할 때마다 수영장 물을 얼마나 들이켰는지 고통을 떠올리니 배영은 할만했다. 물 위에 편안하게 누워서 팔을 저으면 되니까 보트를 타는 것처럼 유유자적 우아하게 수영하겠다 생각했다. 이런 자만 가득한 생각은 언제나 얼마 안가 빗나간다.

수영강사가 가르쳐준 방법대로 어깨와 팔을 돌리며 쭉쭉 나아갔다. 한동안 순조롭게 나아가던 내 눈 앞에 노랑, 파랑 플라스틱 줄이 지나갔다. '이상하다 이 줄이 왜 내 앞에 있지?' 생각하는 순간 힘차게 물살을 가르던 옆 레인 회원의 머리를 치고 말았다. 죄송하다는 사과를 건넬 여유도 없이 옆 레인 회원은 중급반 다운 실력으로 내 손을 피해 가던 방향으로 나아갔다. 나는 보이는 대로 파란 플라스틱 줄을 붙들었다. 바비큐처럼 줄에 매달려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 머쓱함과 부끄러움이 몰려왔다.

나의 배영은 방향을 잃고 말았다. 방향을 잃은 배영은 그날 수업 내내 계속되었다. 같은 레인에서 수영하는 사람과 부딪히는 것보다 다른 레벨의 회원들과 부딪히는 일이 많았다. 배영을 너무 만만하게 봤다.

다음 날 수업 전에 수영강사는 우리 반 회원들을 둥글게 모이게 했다. 배영에서 똑바로 앞으로 나가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겠다고 했다. 나 말고도 다른 레인으로 헤엄쳐간 회원이 많았나 보다. 기죽었던 마음에 위로가 되었다.

“회원님들 고개를 한번 들어서 천장을 보세요. 천장 조명이랑 타일이 일직선으로 깔려있죠? 출발할 때 눈 위에 보이는 타일을 따라가세요. 그러면 방향이 틀어지지 않겠죠?”

역시 우리 수영강사는 명강사였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타일을 따라 손을 뻗은 그날의 수업에서는 레인을 이탈하지 않았다. 누군가와 부딪힐 걱정 없이 둥둥 떠가니 그제야 배영의 매력을 조금 알 것 같았다.

그날의 수영을 마치고 회사로 가는 버스를 탔다. 출근길의 버스들이 차선을 따라 줄 서서 도로를 달렸다. 수영장에 누워 앞으로 나아가는 우리 반 회원들 같다고 생각했다. 내 인생의 천장에도 반듯한 타일 같은 게 깔려 있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했다. 일은 잘하고 있는지, 분에 안 맞는 남의 길 쳐다보지 않고 잘 살아가고 있는지 문득 궁금했다. 그렇게 배영을 배우며 스물아홉의 겨울 어디쯤을 헤엄치고 있었다.


우비님의 브런치에 기고된 글을 플레이콕이 한 번 더 소개합니다.

우비

결국 남는 건 글이다라는 마음으로 오늘을 씁니다.

이십대에는 광고회사의 카피라이터로 누군가의 제품을 홍보하는 글을 썼습니다.
삼십대에는 세일즈 커뮤니케이션 개발자로 내 회사 제품을 잘 팔기 위한 글을 썼습니다.
사십대의 나는 오늘 내 아이와 보낸 하루와 내일의 나를 위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