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내가 스키장에서 깨달은 것

여PD

저번 주말에는 연휴를 맞아 스키장에서 스노보드를 타고 또 강원도로 여행을 떠났다.
스키장을 태어나서 한 번도 안 가본지라 이번에는 꼭 가고 싶은 마음이 강했고 친구, 아내 할 것 없이 스키장을 가자고 졸랐다. 그런 마음을 이해한 아내는 나와 스키장을 같이 가기로 했다.


스키장에 도착해서 아내가 "어느 코스부터 먼저 탈래?" 하고 물었다. 나는 패기 있게
"중급부터 한 번 타보자!"라고 얘기했다. 그래서 중급 코스로 갔다.  

이때까지만 해도 당당했다.

사실 초급코스는 처음 타는 사람에게도 쉬울 거라고 생각을 했고 중급 코스는 조금만 연습하면 금방 탈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중급 코스는 상당히 슬로프가 가팔랐고 나는 타다가 넘어지길 반복했다. 슬로프는 왜 이렇게 또 길었던지..
현실을 직시하고 다시 초급코스로 올라갔다. 그런데 초급코스에서도 가다가 넘어지길 반복하였다.
결코 쉽지 않아서 넘어질 때마다 멘탈이 무너졌는데 내가 넘어지는 건 당연한 결과였다.
태어나서 한 번도 보드를 타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처음부터 잘 탈 수 있겠는가? 아무리 초급코스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몸소 깨달았다. 모든 일에 있어서 처음부터 잘 할 수 없음을.
말 그대로 무슨 일이든 처음부터 잘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도 없다. 그렇기에 꾸준히 처음부터 한걸음 한 걸음씩 노력해야 한다. 내가 처음부터 어떤 일을 못한다고 해서, 실력이 늘지 않는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가 없다.
지금 최고의 자리에 올라 있는 사람도 그 일을 시작하는 '처음'이라는 것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모든 일에 있어서 기본을 탄탄하게 다져야 한다는 것.
기본이 없는데 자신감 만으로 무모하게 전문가처럼 일을 잘 하려고 욕심부리지 않기를.
하나하나씩 내 능력을 쌓기 위한 토대를 마련해야겠다.


그리고 두 번째,
험한 인생을 살아가면서, 대단한 도전을 하기 위해서 앞으로 한 발자국 나아가면서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의 소중함을 느꼈다.
아내는 나보다 보드를 더 잘 탔다. 그래서 나를 스키장에서 서포터를 아주 잘해줬다. 스키장에 모처럼 만에 즐기러 와야 하는데 나 때문에 충분히 못 즐긴 것 같아서 미안하고 한편으로 너무 고마웠다. 한때는 스키장이 너무 가고 싶어서 혼자서라도 가려고 했는데 만약 혼자서 갔다면 정말 정말 더 많이 넘어지고 힘들었을 것이다.
많이 넘어지면서 '우리의 인생살이도 이것과 똑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파른 슬로프를 보드 하나에 의지한 채 내려오는 것처럼 우리도 매일매일 험한 삶을 살고 있다. 이런 험한 삶을 살고 있으면서 나를 지지하고 응원해주는 옆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정말 축복인 것 같다.

그리고 생각보다 가파른 중급 슬로프를 처음 접하고 내려갔을 때의 느낌은 잊을 수가 없다.
계속 넘어지면서 '이걸 어떻게 다 내려가지? 아직도 슬로프가 안 끝난 건가? 무섭다.' 등등의 별의별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먼저 내려와서 응원해주는 아내는 정말 힘이 되었다.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데 있어서 누군가가 한결같이 응원해준다는 것, 그것만큼 힘이 되는 것이 있을까?
그 힘을 바탕으로 또 전진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스키장 슬로프 위에서 바라본 풍경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스키장의 가파른 슬로프 처럼 앞으로도 험한 코스들이 눈앞에 펼쳐질 것이다. 그런데 그런 힘듬 속에 가려진 행복은 느끼는 자에게만 주어지는 것 같다. 



여PD님의 브런치에 기고된 글을 플레이콕이 한 번 더 소개합니다.

여PD

Like a Journey 인생을 여행처럼 살아가는 인생여행가, 여PD
2007 병영문학상 입선
그 이후 자유로운 글쟁이~~!
2013년부터 영상쟁이
지금은 영상쟁이 글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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