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한 살이라도 어릴 때, 골프를 치자

Seongwon

골프를 일찍 배우면 좋은 점에 대하여

누군가에게 취미에 대해 물어보았을 때, 사람들은 그래도 한 가지 씩은 각자의 취미를 대답할 수 있다. 뭐 특별하거나 거창한 것이 아니라, 만화를 보는 걸 좋아하면 웹툰 보기도 될 수 있고, 이 세상의 사람 수만큼 취미는 너무나도 많다.

취미에 대한 답변을 딱 들었을 때 중년의 느낌이 나는 아재 취미 3 대장이 있는데 등산, 낚시 그리고 골프다. 나는 친구들과 올해 4월부터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다.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가 우리끼리 올해 한 가지 취미를 함께 배워보자고 이야기했고, 어차피 해야 한다면 일찍 하자(?)는 이상한 결론과 함께 다음 날 다 같이 집 근처의 스크린 골프 연습장으로 향했다.

공을 치려 골프채를 휘둘렀으나, 공은 그 자리에 있었다.

힘만 앞서서 매트에 구멍을 내고, 고무 티를 날려버리는 등 골프연습장을 파괴하러 온 망나니였으나, 3개월 간 꾸준히 연습하며 자세를 고쳐 잡았고 그나마 사람 같은 폼을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다행인 것은 의무적으로 연습을 하는 것이 아닌 재미를 느끼며 골프를 배우고 있다. 나는 지난 30년간 운동에 재미를 붙여본 적이 딱히 없었으나, 골프는 너무나도 재밌어서 줄어드는 잔고를 보며 위험하다고 느끼고 있을 정도이다.

구력은 1년도 되지 않은 생초짜이나, 지금까지 느껴본 바로 어릴 때 골프를 배우면 좋은 점에 대해서 간단히 풀어보고자 한다. 사실 브런치에 요새 글을 너무 안 올리기도 해서 양심상 쓰는 느낌도 있으니, 만약 당신이 바쁜 와중에 시간을 쪼개어 이 글을 읽는다면 그냥 돌아가도 좋다.


1. 어르신들과 할 말이 많아진다
직장 내 상사들과 공통된 관심사 혹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는 것은 참 고통스럽다. 아직 난 결혼도 안 했고, 다행히도 젊은 날의 실수로 아이도 없다. 그러니 한 40대 중후반의 상사들과는 공통된 관심사가 없을뿐더러, 대화의 공통된 주제가 없다. 하지만 골프는 마치 영어처럼 환경과 문화가 다른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는 공용어와 같은 마법을 부린다. 골프 이야기로 상사와 이야기를 시작하면, 20분은 대화의 끊김 없이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다. 직장 상사와 소통 단절을 원하는 내 또래들도 많으나, 내 하루에 절반 이상을 보내는 일터에서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다 끊고 사는 가,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 그때 대화의 윤활유 역할을 해주는 것이 골프다.


2. 그나마 비용절감이 가능하다

필드를 나가기 시작하면 취미의 대가인 금전적 지출이 커진다. 한 번 나갈 때 20만 원은 지출된다고 보면 된다.
PC방에서 라면도 먹고 별의별 것을 다 시켜먹고 하루 종일 있어도 나올 수 없는 금액처럼, 골프는 돈이 많이 드는 스포츠다.

31살은 주말골퍼 계에선 어린이 취급을 받는다. 후배들과의 관계를 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밀레니얼 세대와 달리 우리의 선배 세대들께서는 감사하게도, 후배들을 챙겨주고자 하시는 마인드가 우리 세대보다는 강하다.
나는 이에 대한 수혜를 많이 받았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선배님들께서 딱히 이쁜 짓도 별로 안 하는 후배의 그린피 비용을 지출해주셨다.

또한, 나는 골프채도 받고 가방도 받았다. 물론, 상태가 그리 좋지는 못하기에 결국 돈을 들여 바꿔야 하지만 그래도 일정 기간 동안은 비용의 Save point가 존재한다.


3. 그나마 빨리 배운다

아직 생초짜이나, 지금까지 경험해본 결과, 골프는 자세에 굉장히 영향을 많이 받는 스포츠이며, 유연성이 특히 필요한 스포츠인 것 같다. 특히 자세는 경기력에도 중요하나, 한국 사람이 가장 중요시 여기는 폼 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이 자세를 고치는 데 있어 시간이 굉장히 많이 드나, 놀랍게도 젊을 때 배우면 그나마 이 소요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고 한다. (코치님이 그랬다 사실 나는 잘 모르겠다)


4. 장기적인 취미를 가질 수 있다

직장인이 되면서 내 삶에 있어 갈증이 났던 포인트는 취미의 부재였다. 브런치에도 그렇고 주변에 많은 친구들이 취업을 하고 나면, 취미를 찾기 시작한다. 취준생이었던 과거를 벗어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취업이라는 결과를 만들어 낸 뒤에는 집 회사 집의 삶을 일정 기간 살게 된다. 그렇게 루틴한 삶을 보내다가 어느 일요일 저녁 혼자 맥주 한 캔을 따서 마시고 있다가 갑자기 삶의 공백을 느끼게 되고, 이제 퇴근하고 할 거리가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게 된다.

그래서 나도 원데이 클래스로 네온사인도 만들고, 목공예도 해보고 억지로 등산도 해보고 별의별 짓을 다 해본 것 같다. 그중에 그나마 여행에 재미를 느꼈으나, 꾸준히 할 수 없었고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고 느껴 취미로써 표명하기에는 아쉬운 지점이 존재했다.

골프는 기본적으로 단기간에 해내기 굉장히 어려운 스포츠라고 생각한다. 자세가 올바르게 자리 잡히도록 연습해야 하며, 정말 천천히 실력이 상승된다. 하지만 조금씩 잘 맞는 공을 바라보며, 재미도 느끼고 그 날 스크린 골프장이라도 간 날에는 하루 종일 기분이 좋다.

이렇게 골프는 취미의 갈증을 느끼는 사회초년생들에게 장기적인 취미를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까지 읽었으면 느낄 수도 있으나, 사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내 또래의 직장인들을 골프의 세계로 꼬시는 글이다. 정말 재밌고, 시작하길 잘 한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위의 4가지 장점 외에도 더 많은 소소한 장점들이 있으나, 너무 사소해서 언급하지 않았다.

자 다들 일단 집 앞의 골프연습장으로 향해보자


Seongwon님의 브런치에 기고된 글을 플레이콕이 한 번 더 소개합니다.

Seongwon

판교에서 밥 벌어 먹는 30대 직장인입니다.
이제 막 골프에 빠져, 배울 게 많고 관심이 많습니다.
주니어들이여 같이 골프에 빠져보아요 :)

- NHN 근무(2018. 11. ~ )
- SK계열사 근무 (2016. 7. ~ 2018. 10.)